
미국에서 전문직 취업을 꿈꾸는 많은 한인들에게 H-1B 비자는 사실상 ‘취업 비자 중 가장 인기 있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문’입니다. 특히 IT, 엔지니어링, 금융, 연구개발 등 전문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자 하는 한인 유학생과 경력직 전문가에게는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자격을 갖추었더라도 추첨 방식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매년 수십만 명이 지원해도 실제 발급 수는 8만 5천 개에 불과해, 합격 여부가 기술력이나 경력보다 ‘운’에 달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2026년부터는 무작위 추첨을 폐지하고 연봉순 선발제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높은 연봉 제안을 받은 지원자가 먼저 선발되는 구조로 바뀌어, 지원자와 기업 모두에게 전략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H-1B 비자 제도의 변화 배경
H-1B 비자는 미국 내 전문직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대표적인 취업비자입니다. 주로 IT, 엔지니어링, 금융,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매년 발급 가능 수는 8만 5천 개로 제한되며, 이 중 2만 개는 미국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신청자에게 배정됩니다.
현재는 매년 3월 접수 후 컴퓨터로 무작위 추첨을 진행합니다. 이 방식은 단순하고 공정해 보이지만, 고숙련 인재 확보에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막 졸업한 신입과 10년 경력의 전문가가 같은 확률로 선정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 백악관의 규제심사기구인 정보·규제 관리 사무국(OIRA)이 2025년 8월 8일, H-1B 비자 선발 방식을 추첨 방식에서 연봉 수준 기반 방식으로 전환하는 규정 초안을 승인했습니다. 곧 일반 공개될 예정입니다.
새롭게 제안된 연봉순 선발 방식
이번 개정안은 추첨 대신 연봉 수준에 따라 선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노동청(Department of Labor)의 임금 기준(Wage Level)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높은 등급부터 선발합니다.
- Level I (Entry Level): 대략 $83,000 내외
- Level II (Qualified): 대략 $108,000 내외
- Level III (Experienced): 대략 $127,000 내외
- Level IV (Fully Competent): 대략 $151,000 이상
이는 직종,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연봉·고숙련 인력을 먼저 뽑겠다는 취지입니다.
제도 변경의 주요 목적
- 미국인 노동자 보호: 저임금 외국 인력 유입을 줄여 미국인 취업 기회를 확보합니다.
- 고급 인재 유치: 경쟁력 있는 기술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 불법 남용 방지: 일부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대규모 외국 인력을 채용하는 관행을 줄입니다.
2026년부터 적용 가능성
현재는 규정 초안이 승인된 상태이며, 향후 의견 수렴과 최종 규정 발표를 거쳐 2026 회계연도(FY 2026)부터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 상황이나 법적 소송 등에 따라 시행 시기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
1. 경력직 전문가
IT, 반도체, 금융, 연구 분야에서 높은 연봉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경력직 한인 전문가에게는 긍정적입니다. 기존 추첨제에서는 운이 따라야 했지만, 앞으로는 높은 연봉이 선발 가능성을 높입니다.
2. 신입 구직자 및 유학생
미국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한인 유학생은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아 선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OPT(졸업 후 1년간 취업 허가) 기간 동안 경력을 쌓아 연봉을 올리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3. 스타트업 취업 희망자
신생 기업은 자본 여력이 부족해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한인 취업 준비생은 H-1B 취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4. 한인 기업과 인사담당자
해외 인재를 채용하려는 한인 소유 기업은 더 높은 연봉을 책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은 커지지만, 비자 승인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H-1B 비자의 연봉순 선발제 전환은 단순한 절차 변경이 아니라, 미국 내 취업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한인 경력직 전문가들에게는 더 높은 연봉과 경력 경쟁력이 곧 비자 승인 확률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첫 직장을 구하는 신입 한인 유학생이나 낮은 연봉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중소·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도전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회사에 들어가느냐’보다 ‘어떤 조건으로 입사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유학생, 취업 준비생, 그리고 채용을 계획하는 한인 기업 모두가 이 제도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연봉·경력·전문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