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혼밥을 할까?

세계 행복 보고서가 알려주는 식사와 행복의 놀라운 관계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유엔 산하에서 발표한 2024 세계행복보고서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순위 발표를 넘어, 행복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하며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올해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주제는 바로 식사와 행복의 관계였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누구와 식사하느냐가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수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 일주일에 단 한 끼라도 누군가와 함께 식사한 사람은 전혀 함께 식사하지않은 사람보다 삶에대한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 특히 매일 혼밥하는 경우는 실업이 주는 심리적 충격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되었습니다.

즉, 누군가와 밥 한끼를 함께 나누는 것이 연봉 인상이나 실업 극복만큼이나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전: 가장 혼자 밥을 많이 먹는 국가는?

놀랍게도, 세계에서 혼자 식사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 한국인은 주당평균 4~5회점심을혼자 먹고 저녁식사 역시 대부분 혼자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세계 147개국 중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비율은 135위, 점심은 116위로 매우 낮았습니다.

게다가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한국, 일본, 중국)은 모두 GDP 수준에비해 행복 순위가 낮은 공통점도 보였습니다. 그 배경에는 식사 문화의 단절이라는 공통된 사회적 현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먹으면 좋은데, 왜 우리는 불편할까요?

세계 행복 보고서는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같이 밥을 먹는 것이 분명 좋은 감정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이나 스트레스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동반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꼽힙니다:

  • 불편한 관계에서오는 어색함
  • 나이, 직급, 역할에 따른 수직적 긴장감
  • 사생활을 침해하는 오지랖문화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혼자 먹는 게 더 편하다고 느끼며, 실제로 혼밥을 선호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혼밥, 외로움의 징후일까?

보고서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일수록 외로움을 더 자주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제시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혼밥이 심리적으로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혼자 밥을먹는 습관은 스트레스, 슬픔, 아픔같은 부정적인 감정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반대로 함께 식사할수록 이러한 감정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왜이렇게 혼밥에 익숙해졌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지만, 몇 가지 가설은 존재합니다.

  • 과도한 경쟁사회와 사생활 침해에대한 피로감
  • 공동체보다는 개인중심으로 변화한 사회구조
  • 감정노동을 줄이려는 개인의 선택
  • 수직적인 인간관계로부터오는 심리적 거리감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우리는 식사조차개인의시간으로 소비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는 단지 드라마일뿐일까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도, 어쩌면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문화 코드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해당 드라마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화로까지 확장되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가장 쉬운 행복, ‘누군가와의 한 끼’

보고서는 말합니다. 연봉을 높이는것 보다, 실직을 회복하는 것보다, 사람들과의 식사가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다고요.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따뜻하게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은 오늘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혹은 이번 주에 한 번쯤 이렇게 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밥 한 끼 하실래요?”

그 한 끼가, 생각보다 더 큰 행복의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