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력, 신앙과 멀어졌다는 신호일까요?
한없이 무기력한 날들이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어떤 일도 마음을 끌지 않으며, 심지어는 그 무엇도 원하지 않는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목표가 없고, 꿈도 없으며,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는 날.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럴 땐 그냥 쉬어. 여행을 다녀와 봐.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 그러나 문제는 하고 싶은 것조차 없다는 데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니 더욱 하고 싶은 게 없어지는 이 반복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자신을 잃어갑니다.
영혼이 피로를 느낄 때
이런 상태는 단순한 나태함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면 깊은 곳의 공허함에서 시작된 ‘의지력의 결핍’이며,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 상실에서 비롯된 ‘영혼의 탈진’입니다.
무기력은 단순히 마음의 병이 아니라, 영혼의 굶주림에 가깝습니다. 목적 없이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시간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자신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한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하나님은 무기력 한 순간에도 함께하십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의욕이 사라진 무표정한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어디 계신 걸까요? 우리의 의지가 꺼져 있는 그 어두운 구석에도 하나님은 관심이 있으신 걸까요?
놀랍게도 성경은 바로 이 무의욕의 순간이 하나님께서 깊이 개입하시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이사야 40:29).
하나님은 강한 자에게 더 강함을 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 하고 싶지도 않은 자, 자신의 존재마저 무력하게 느끼는 자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시는 분이신 것입니다.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되는 회복
하나님의 능력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력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무너진 상태 자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 시기에도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 앞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목표를 정하고 달릴 준비가 되었을 때만이 아니라, 아무런 목적도 세울 수 없고 그저 숨만 쉬고 있는 순간에도 함께하십니다.
우리가 일어서기 전부터 우리를 사랑하셨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지 않아도 여전히 우리를 품고 계신 분이신 것입니다.
존재만으로도 귀한 나
어쩌면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게 하는 은혜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해야 할 일과 이뤄야 할 꿈에만 존재 가치를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귀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은 성취의 결과물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서 비롯된 은혜인 것입니다.
지금은 고요하지만, 은혜의 시간입니다
이 시기는 결코 버려진 시간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내면의 침묵’을 선물하시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침묵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며, 나를 향한 세상의 평가가 아닌, 나를 지으신 분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억지로 꿈을 꾸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조용히 하나님 앞에 앉아 보십시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님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주님,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당신 안에 있음을 믿습니다.”
이 고백 하나로도, 우리는 믿음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기력 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목표를 이루는 자의 하나님이시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눈물 흘리는 자의 하나님이기도 하십니다.
지금 무기력함 안에 갇혀 있는 우리를 하나님은 가장 깊이 만나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우리는 다시금 무언가를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세상의 기준을 좇는 꿈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소박하고 단단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고요함이 바로 그 발걸음을 준비하는 하나님의 선물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