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사라지는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때는 너무도 당연했던 신앙의 풍경이 있었습니다. 주일 아침마다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가고, 성가대의 찬양이 울려 퍼지는 예배당, 예배 후에는 함께 모여 식사하며 교제하던 모습들 말입니다. 신앙은 단지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자리는 점점 비어가고, 자녀 세대는 더 이상 부모 세대의 신앙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지 않습니다. 가정에서도 ‘기도하자’는 말이 줄어들고, 신앙이 더 이상 삶의 우선순위로 간주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신앙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최근 퓨 리서치센터(3/26/2025)에서 36개국, 약 8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의 종교를 떠나고 있으며, 기독교와 불교가 특히 큰 이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전체 성인의 절반 이상(50%, 세계 1위)이 종교를 전향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탈종교율도 50%로 세계 1위였습니다. 이는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도 약 35%의 성인이 어린 시절의 종교와 다른 종교를 믿고 있거나, 아예 종교를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독교의 지속적 쇠퇴와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07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78%가 기독교인이었지만, 2023년 기준으로 그 비율은 62%까지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무종교인의 비율은 16%에서 29%로 급증했습니다. 종교에서 무종교로의 이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첫째, 산업화와 도시화는 전통적 가치와 공동체를 해체시켰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근대화된 사회에서는 부모 세대의 신앙이 자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도시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신앙 공동체를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신앙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그 결과 종교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둘째,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입니다. 불교, 유교, 기독교, 천주교, 신흥 종교와 무속신앙까지 다양한 종교가 혼재되어 있어, 특정 종교가 절대적 권위를 가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종교를 떠나거나 다른 종교로 옮기는 것을 사회적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고, 이는 종교 전향이 활발한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셋째, 일부 종교 지도자들의 비리나 권위주의적 태도, 정치적 개입은 종교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실망은 곧 신앙 공동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신자들은 서서히 혹은 단번에 종교를 떠나게 됩니다.
넷째, 개인주의의 확산과 자기 결정권의 강화도 큰 요인입니다. 사람들은 공동체의 틀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종교가 때로는 삶의 자유를 억제하는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종교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신앙을 떠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섯째, 교육의 보편화와 정보의 접근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양한 사상과 철학, 심리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종교적 설명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지식들이 사람들의 신앙을 대신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신앙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무종교 상태에서 다시 신앙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무종교였다가 기독교로 돌아온 사람의 비율이 전체 성인의 6%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습니다. 미국에서도 일부 무종교인들이 다시 기독교 공동체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는 신앙이 단지 형식적 종교가 아니라 삶의 위기 속에서 다시 붙잡는 진리임을 보여줍니다.
고난과 상실, 외로움 속에서 사람들은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를 진정 이해하고 받아줄 존재는 있는가? 이런 질문은 종종, 다시 신앙을 찾게 만드는 문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교회와 신앙인은 이 변화의 시대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단순히 “사람들이 왜 교회를 떠나는가?”만을 질문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왜 교회에 머물고 싶지 않은가?”, “교회는 무엇을 잃었는가?”, “우리는 어떤 신앙을 전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출석률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복음을 회복하고, 예수님처럼 사람을 품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교회가 다시금 사랑과 회복의 공간으로 변화될 때, 세상은 신앙의 문을 다시 두드릴 것입니다.